홋카이도 비에이 필수 방문지: 탁신관

"지금의 일본에 이 언덕만한 풍경이 존재할까. 사람 각자의 마음에 각자의 여행이 있듯이, 이 언덕은 언제까지나 내 마음의 한 페이지로 남겨두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다." - 탁신관 창문에 적힌 글귀 중 하나

낭만이 깃든 곳에는 일상의 법칙이 흐르지 않습니다. 현실을 잊을 정도로 이상적인 모습이 머릿속을 가득 채울 때 '낭만이 있다'고 느끼게 됩니다. 우리는 그런 장소를 마주했을 때, 마치 '동화 속으로 들어온 것 같다'고 말하곤 합니다. 비에이 여행 중 탁신관에 도착했을 때 그런 느낌을 받았습니다.

삿포로에서 여행 첫날을 보내고 차로 두 시간 반 동안 달려 이곳에 도착했습니다. 여기는 완전히 일본의 시골입니다. 다행히 전날에 눈이 많이 내리지 않아 어렵지 않게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눈이 많이 쌓이면 이동시간은 세 시간이 넘는다고 합니다. 고속도로는 제설 작업 덕분에 나쁘지 않았지만 마을로 들어서면 눈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앞차가 서행하면 나도 천천히 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차 안에서 지루하게 보낸 시간이 무색할 만큼, 내리고 나서 5분도 채 되지 않아 그 모든 시간이 보람으로 바뀌었습니다. 어릴 적부터 소심하게 지내서 워낙 조용한 것을 좋아했습니다. 작은 대화 소리만 들리는 카페나 발자국 소리가 가장 크게 들리는 성당 같은 곳이 저의 취향이었습니다. 그런 곳을 먼 나라에서 만나다니, 기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탁신관

탁신관 건물. 영화 속 작은 마을에서 볼 법한 전형적인 작은 교회 모습이다. 지붕 위에 수북히 쌓인 눈이 마치 애니메이션 장면을 연상케 한다.

탁신관 건물은 마치 영화 속 작은 마을에서 볼 법한 전형적인 작은 교회처럼 보였습니다. 지붕 위에 수북이 쌓인 눈은 마치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을 연상케 했습니다. 차에서 내려 정문으로 들어가면 교회처럼 생긴 건물이 눈에 들어옵니다.

우리나라 말로 탁신관이라 불리는 이 건물은 원래 소학교로, 아이들이 뛰어놀던 곳이었습니다. 일본 영화나 애니메이션 속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작은 시골 초등학교와 같았습니다. 하지만 영화와는 다르게, 현실에서는 어린 아이들이 줄어들어 문을 닫을 위기에 처했었습니다. 그러던 중 어느 한 사진가의 손길로 인해 현재의 사진 갤러리로 재탄생하게 되었습니다.

그 사진가의 이름은 마에다 신조(Maeda Shinzo)입니다. 원래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그는 사진에 매료되어 일본 전국을 누비며 아름다운 곳을 찾아다녔다고 합니다. 긴 여정 중 우연히 비에이 마을에 발을 디디게 되었고, 이후 한동안 이곳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그의 손에서 수많은 작품이 탄생하게 되었고, 그런 모습에 반한 사람들이 말로 전하기 시작하면서 비에이는 지금의 명성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가 사진을 찍기 전에는 아무도 비에이를 몰랐지만, 그가 다녀간 후에는 전 세계에 알려졌습니다. 그래서 그를 비에이의 아버지라 불러도 손색이 없습니다. 이곳에는 그가 반했던 비에이의 모습이 그대로 머물러 있습니다.

탁신관 바로 옆에 있는 아주 큰 나무. 나무는 어림잡아 일반 성인 키의 12배 정도로 매우 크다. 나무 아래에는 하얀 눈 밭을 촬영하려는 두 사람이 있다.


내부

성인 한 명만 지나갈 수 있는 좁은 입구를 지나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통나무 의자에 앉아 신발을 벗고 있을 때 어릴 적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주말이면 동네 작은 성당에 갔었는데, 사정이 넉넉지 않아 허름한 건물 안에서 추위에 떨며 교리를 배웠던 기억이 났습니다. 이곳의 첫인상은 그런 분위기와 닮아 있었습니다. 관광 명소라고 하기엔 굉장히 작은 건물이지만, 공간과 분위기는 익숙하고 정겨웠습니다.

사진 작품 4개.

시공간이 멈춘 공간 속에 걸작들이 걸려 있었습니다. 이런 작품들은 예술의 전당 같은 큰 전시회장에 걸리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곳이 시골이라는 사실이 오히려 낭만을 만들어냈습니다. 재활용한 건물 안에서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담은 사진들을 보니 '있는 것을 그대로 간직하자'라는 주제가 더 부각되었습니다.

사진 작품 2개. 다른 벽면에는 마에다 신조와 그의 아들의 정보가 적혀 있다.

같은 마을에서 촬영한 사진들이지만, 의심이 들 정도로 사진마다 모습이 달랐습니다. 눈을 옮길 때마다 나도 모르게 사진 속으로 빨려 들어갔습니다. 왜 마에다 신조가 이곳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는지 단번에 이해가 되었습니다.

사진 작품 1개. 발자국 하나 없는 하얀 눈 밭 위에 저 멀리 하얀 산이 사진 중앙을 차지하고 있다.

그가 남긴 시선들을 보고 있으면 머리가 시원해집니다. 최근 예술 작품이라 불리는 것들은 일반인이 보기엔 난해합니다. 반면 마에다 신조의 사진은 우리가 흔히 아는 자연의 모습에 이색적인 요소를 한두 방울 떨어뜨린 모습입니다. 전시된 사진에는 새로움과 익숙함이 적절히 섞여 있습니다. 새로움에 시선이 끌리고 익숙함에 반가움을 느끼게 됩니다.

탁신관 건물 내부 안쪽 공간. 앞에는 엽서 판매대가 있고 그 뒤로는 마에다 신조의 사진 작품들이 벽을 가득 채우고 있다. 창문에는 자작나무 숲이 보인다.

작은 복도를 따라 안쪽까지 들어가 보았습니다. 밖에서 볼 땐 건물이 작아 보였는데, 안쪽은 소강당처럼 제법 넓었습니다. 다양한 그의 작품들이 안쪽 공간도 가득 채우고 있었습니다. 가운데에는 다른 볼거리가 있었습니다. 

돋보기로 들여다 본 하얀 눈 밭과 눈이 수북히 쌓인 나무들.

그중 하나가 돋보기였습니다. 돋보기로 작은 사진을 자세히 보았습니다. 이미지가 선명해서 한기가 그대로 느껴지는 것 같았습니다. 이렇게 돋보기로 사진을 보는 것은 아마 옛날 사진 현상 과정 중 하나일 것입니다. 그가 했던 동작들을 그대로 따라 해보니 사진들이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마에다 신조가 생전에 작업했었던 카메라 3대.

낡은 바닥 위로 한 발걸음씩 삐그덕 소리를 내며 더 안으로 들어가 보았습니다. 그곳에는 그가 생전에 만졌던 카메라가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판매 중인 액자와 엽서들

보통 이곳은 사람들이 겨울에 많이 찾습니다. 연말일 수도 연초일 수도 있습니다. 여행 선물을 이곳에서 챙기는 것은 어떨까요? 엽서 한두 장 정도 사서 짧은 편지로 아끼는 사람들에게 직접 전달하면 제법 가치 있는 선물이 될 것입니다. 종류가 다양해서 취향에 맞는 사진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


자작나무 숲

탁신관 옆에는 자작나무 숲길이 있습니다. 이곳을 같이 온 지인과 함께 거닐며 비에이에서 보냈던 하루 소감을 나눴습니다.

탁신관 바로 옆에 있는 자작나무 숲. 자작나무들이 줄을 따라 심어져 있어 마치 복도 한 끝에서 다른 쪽을 바라보고 있는 느낌이다. 바닥은 하얀 눈으로 깔려 있고 해질 무렵에 비쳐지는 햇빛이 나무를 밝히고 있다.

말소리와 함께 바스락 바스락.. 눈이 밟히는 소리가 함께 들렸습니다. 마치 영화 속 한 장면에 들어온 느낌이었습니다. 분위기에 취해 작은 이야기에도 쉽게 빠져들었습니다.

자작 나무 숲 측면 모습.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으며 여행을 만끽하고 있다.

이제 '낭만'이라는 단어를 들을 때마다 자연스럽게 탁신관에 머물렀던 순간이 떠오릅니다.

눈으로 덮인 홋카이도 삿포로의 탁신관 자작나무 숲 속의 길, 겨울철 아름다운 풍경


탁신관 방문 정보

운영 시간

방문 전 공식 웹사이트나 전화를 통해 운영 시간을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계절에 따라 운영 시간이 다를 수 있습니다.

가는 방법

여행 팁


탁신관은 비에이의 자연을 사진 예술로 만날 수 있는 특별한 장소입니다. 자연과 예술이 어우러진 이곳에서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 보세요. 여러분의 비에이 여행이 더욱 특별해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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