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금이 저리는 노보리베츠 지옥 계곡
자세히 읽기노보리베츠의 어원이 담긴 천연 족탕
홋카이도 여행 3일차, 후라노 치즈 공방에서 인당 치즈 피자 한 판씩 먹고 무려 3시간 동안 200km를 달려 노보리베츠에 도착했습니다. 홋카이도에서 유명한 온천 마을이 이곳에 있다고 해서 부모님의 피로를 풀고자 먼길임에도 불구하고 찾아갔었습니다.
고속도로에서 나오자마다 마을을 지키고 있는 거대한 도깨비상이 가장 먼저 보였습니다. 무시무시한 도깨비들이 살고 있는 노보리베츠는 색이 짙은 강이 흐르는 곳이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물이 얼마나 탁하게 보이길래 마을 이름에 남아 있을까? 가기 전부터 궁금했습니다. 천연 족탕에 가보니까 단번에 이해됐습니다.
늦은 오후에 도착한 탓에 남은 시간은 온천 호텔에서만 머물렀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체크 아웃한 다음 천연 족탕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한 20분 정도 걸었을까. 산길에 들어서고 얼마 되지 않아 작은 내천을 만났다. 노보리베츠 이름 그대로 탁해 보이는 이 물은 오유누마강에서 흘러 내려오는 온천수다. 강의 이름을 그대로 따와 오유누마가와 천연족탕이라 부른다.
나무 계단을 밟고 내려와보니 바닥 깔판이 울타리에 걸려 있었다. 비온 탓에 깔판은 축축했지만 앉는 곳이 통나무라서 없는 것보다 나았다. 사람이 없어서 고민도 하지 않고 바로 발을 족탕에 담궜다.
김이 모락모락 났지만 생각보다 뜨겁지 않다. 차갑지도 않고 미지근했다. 한 겨울에 계곡 물이 이런 물이 흐른다는 게 신기했다. 자연적으로 발생한 물이기 때문에 물이 갑자기 뜨거워질 수 있다고 한다. 반대로 전날 내린 눈이나 비로 차가운 물에 발을 담그고 왔다는 사람들도 있다.
냉정하게 말하자면, 나에겐 그저 미지근한 물에 불과했다. 집에서 쌀뜨물을 데운 후 발을 넣으면 똑같은 기분을 낼 수 있다. 부모님이 좋아해서 오래 앉아 있었다.
조금만 늦었더라면 기다려야 할지도 모른다. 점심 시간이 다 되어가니 주차장은 관광 버스로 조금씩 채워지고 있었다. 아마 아침부터 삿포로에서 출발한 관광객들일 것이다. 이렇게 정오나 오후에는 여행객들이 몰린다. 게다가 이곳은 매우 좁아서 2~3팀만 있다면 기다려야 한다. 막상 하더라도 눈치가 보여 오래 하지 못 한다. 30분 이상 발을 담그고 싶다면 빨리 가거나 늦게 가는 게 나아 보인다.
한국에서 가져온 수건으로 발을 닦고 왔던 길로 되돌아왔다. 산책길을 따라 올라가면 50도가 넘는 온천 호수 그리고 지옥 계곡을 만날 수 있다고 한다. 오타루로 넘어가야 하는 일정 때문에 되돌아갈 수 밖에 없었다.
3개월이 지난 지금도 노보리베츠가 기억나는 건 이곳 때문일 것이다. 왜 그곳이 그런 이름을 갖게 되었는지 살펴보는 것도 색다른 여행 방법 중 하나라는 걸 알게 되었다.